사용 후기 리뷰/음식 리뷰

과카몰리 만드는 법 실패 하는 법

햇빛날 2021. 2. 19. 11:00

실패한 과카몰리 이렇게 만들면 실패한 것이다.

일단 과카몰리 재료는 아보카도, 양파, 토마토, 소금, 후추, 라임주스 이다. 

재료도 세상 간단하고 색다른 맛으로 가끔씩 생각난다. 뭔가 있어보이는 요리이므로 내 허세력도 충전된다.

 

일단 마트에서 아보카도, 양파, 토마토, 라임주스를 사면 된다.

소금, 후추는 집에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나는 집에 아보카도 빼고 다 있기 때문에 아보카도만 샀다.

우리집 근처에 홈플러스에 가끔 퍼시픽 라임주스랑 레몬주스를 싸게 팔때가 있었는데 그 때 사서 두고 두고 잘쓰고 있다.

유럽여행 할 때 술을 못 먹어서 콜라를 시켜서 먹었는데 그 때마다 레몬 슬라이스를 넣어서 주더라.

그래서 콜라 먹을 때 레몬 주스나 라임주스를 조금 넣어서 먹으면 뭔가 상큼하고 지방분해가 더 잘 될 것 같고 뭐 그래서 콜라나 사이다에 넣어서 먹는데 요긴하고 쓰고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긴한데 배고픈 와중에 실패를 하니 기분이 안 좋았다.

실패한 이유는 사진에서 보듯 아보카도가 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샌드위치 해먹겠다고 토마토를 사서 샌드위치를 안해먹어서 토마토가 너무 익어가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아보카도가 먹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아보카도를 사며 집에 양파랑 토마토와 라임주스가 있으니 과카몰리나 해서 먹어야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플라스틱 통에 들은 아보카도를 보며 '너는 당연히 익었겠지'라고 생각한 내 잘못이다.

아침에 일어나 과카몰리를 먹겠다고 토마토와 양파를 꺼내고 마지막으로 플라스틱 통을 열어 6개의 아보카도를 모두 눌러보고 다 똑같이 손가락이 안 들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실패를 직감하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다.

 

물렁한 토마토와 양파를 깍뚝썰기로 썰고 나서 마지막으로 아보카도에 칼을 찔렀을 때 그 때라도 나는 알아차려야했다.

그래도 희망을 놓고 싶지 않았던 나는 조금이라도 익었겠지라고 생각하며 칼을 넣어서 반으로 자르고 힘줘서 안돌아가는 아보카도를 억지로 돌려서 반으로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씨를 제거하기 위해 아보카토 씨를 향해 칼을 날렸을 때... 빗겨가는 칼날과 부서지는 씨를 보면서도 그래도 나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익지 않으면 씨에도 칼이 들어가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아보카도 씨를 피해 과육을 잘랐다.) 

 

씨에 묻은 과육이 아깝다고 생각하며 씨에 묻은 아보카도를 베어 먹으며 망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양념을 하면 낫겠지 싶었던 나는 아보카도 과육을 칼로 깍뚝썰기하고 썰어 놓았던 토마토와 양파와 섞고 소금과 후추, 라임주스를 한바퀴 두르고 섞어서 먹고 나서야 이건 먹을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보카도가 너무 익지 않아 딱딱해서 이가 아파왔기 때문이다. 이런....

 

결국 비주얼만 예쁜 나의 과카몰리는 숙성을 시키면 먹을 수 있을지 아니면 내일의 내가 울면서 꾸역 꾸역 먹어야 할지의 기로에 놓였다. 우리 집 누구도 내가 아닌 이상 내가 만든 과카몰리를 먹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한식파인 엄마, 아빠는 물론 내가 하는 음식은 웬만하면 좋아해주는 동생도 먹어주지 않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이유식이니?"라고 했다. 

 

남은 재료인 익어가는 토마토는 아보카도가 숙성되는 것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을 것이다. 오늘 내일 했으니...

아... 아보카도를 사며 또띠아를 사서 타코를 해먹네 마네 하는게 아니었는데....

또띠아는 더 늦게 사도 되겠다. 아보카도가 숙성되려면 아~~~직 멀었으니 말이다. 

 

2주 뒤 후일담...

결국 아보카도는 방치되다가 썩어서 가족 누군가의 뱃속으로 사라졌고... 토마토는 아직 남아있다...ㅠㅠ